우간다 고릴라 트레킹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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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고릴라 트레킹을 아세요?
  • 전혜라 기자
  • 승인 2019.11.01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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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출발한 새벽길. ‘이 산에 고릴라가 사는 걸까?’ 처음에는 고릴라를 만나기 위해 여행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산을 오르는 줄로만 여겼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산을 반쯤 올랐을 때, 차창 너머로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호수의 이름은 부뇨니. 고릴라를 만나기 위해 3일 동안 머물 베이스캠프이자 우간다에서 처음 만난 대자연의 품이었다.
ⓒ남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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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고릴라를 만날 수 있는 인원은 제한돼 있다. 일행의 반이 먼저 고릴라를 만나러 간 사이 우리는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가만히 앉아서 호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깊이 안도감이 일었다. 잔잔한 물결과 작은 새들의 지저귐은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평온함을 주었다. 호수 위 물살을 헤치고 나아가는 카누도, 산꼭대기로 피어오르던 회오리 구름도, 그 구름을 핥던 바람도, 주변의 모든 것은 천천히 흘러갔다.

 

ⓒ남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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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품 안에서 여유를 즐기는 동안 태양은 산등성이 너머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산 뒤에 완전히 숨어 그날의 마지막 빛을 뿜어내던 태양은 잔잔하던 부뇨니 호수를 꼬드겼다. 하늘로 뻗어나간 빛은 수면에 고스란히 드러났고, 우리는 휴대폰과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부뇨니 호수가 밤을 맞이하는 모습을 뷰파인더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낮의 청초함은 밤의 정열로 조금씩 변해갔다. 마치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듯 호수는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짙은 화장을 했다. 우리는 부뇨니 호수의 경이로운 두 얼굴을 카메라에 기록하는 내내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짧은 시간 동안 모든 준비를 마친 부뇨니는 어둠만 남긴 채 태양을 따라 산을 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돌아왔다. 그 청초했던 아름다움 그대로.

 

ⓒ남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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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한 새벽, 푸른 안개 속을 달렸다. 고릴라를 만나기 위해서는 세 시간을 가야 했다. 조금씩 동이 트기 시작하면서부터 주변 풍경이 카메라 안으로 들어왔다. 시골길의 푸른 새벽은 캄팔라와는 다른 정겨움이 있었다. 이른 시간부터 농기구를 메고 일을 나가는 사람들. 비탈길을 올라갈수록 반듯하게 정리된 논밭이 시야에 들어왔다. 나무를 베어내고 땅을 일궈낸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조금씩 넓혀가는 중이었다. 그 한적한 풍경을 즐기다 보니 고릴라가 살고 있는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Bwindi Impenetrable National Park)에 도착했다. 브윈디 천연 국립공원은 고릴라 보호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하루에 고릴라를 만날 수 있는 인원은 40명.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했다. 고릴라에게 옮길 수 있는 감기나 전염병을 갖고 있는 사람은 트레킹 예약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만큼 고릴라를 근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관리가 철저했다. 고릴라 트레킹 비용은 1인당 720달러(시즌에 따라 가격이 다를 수도 있다.) 헬퍼를 고용하는 팁은 별도였다. 우리는 나무 지팡이를 하나씩 받은 후 총을 멘 레인저를 따라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비교적 평탄한 길을 걷다가 정글도로 숲을 헤치며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레인저는 고릴라의 울음소리를 듣고 방향을 감지하는 것 같았다. 새벽안개가 땅 위에 내려앉은 상태라 길은 미끄러웠다. 얼마나 걸었을까. 몇 번을 넘어지며 앞으로 나아가던 바로 그때, 마침내 눈앞에 커다란 고릴라의 뒷모습이 나타났다.

 

ⓒ남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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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고릴라 가족이 살고 있었다. 사람들이 입을 막고 작은 소리로 감탄하는 중에도 고릴라는 무심하게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열 걸음도 안 되는 거리. 이렇게 가까이서 야생동물을 마주하는 상황은 경이로웠다. 미친 듯이 셔터를 눌렀지만 고릴라는 식사를 하는 데에만 열중했다. 가이드가 정글도로 고릴라를 가리고 있던 나뭇가지를 쳐냈다. 덕분에 우리는 고릴라를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릴라는 사람들을 피해 수풀 사이로 도망쳤다. 가이드는 다시 수풀을 뚫고 길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쫓고 쫓기는 고릴라와의 술래잡기가 한 시간 동안 계속됐다. 사나운 눈빛과는 다르게 고릴라는 순한 동물이었다. 맹독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날카로운 이빨이나 발톱도 없었다. 그래서 쉽게 포획당했던 걸까. 잠깐 스친 고릴라의 눈에서 그동안 인간에게 당한 설움이 느껴졌다. 고릴라와의 만남이 끝나고 다시 숲길을 되돌아 나왔다. 나무 지팡이를 반납하고 레인저와 헬퍼들에게 팁을 지불한 후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차량에 올랐다. 출발하려는데 레인저 한 명이 쫓아와서는 팁이 모자라다며 생떼를 썼다. 결국 돈을 더 받고 나서야 레인저는 잘 가라며 손을 흔들었다. 욕심으로 가득했던 그 미소는 부뇨니 호수로 돌아가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사람에 의해 서식지를 잃은 고릴라는 산을 넘어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고릴라를 찾아내 보호라는 명분을 붙여 돈벌이로 이용하는 뻔뻔한 사람들. 고릴라를 보려고 돈을 지불한 나도 혹여 똑 같은 사람이 된 건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 여행에서 마주하는 장면이 늘 좋을 수만은 없다. 고릴라를 찾으러 갔다가 맞닥뜨린 장면들은 사회가 갖고 있는 이면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자본주의와 권력에 가려져 소외당하는 약자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파괴되는 자연과 생태계. 우리 주변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었다. 우간다에서의 여정은 어른으로 살아가는 데 큰 숙제를 안겨주는 듯했다.

이 기사는 여행 정보 매거진 <AB-ROAD> 2019년 10월호에서 발췌했으며, 글에는 남태영 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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